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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대권(大權)’으로 선회한다면?

野塔 방우달 시인 2011. 9. 5. 21:50

 

안철수가 ‘대권(大權)’으로 선회한다면?
대권 선회 가능성과 그 경우 대권 잡을 확률은
2011.09.05 21:33 입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연일 화제다. 정치와 거리가 멀 것 같았던 그가 서울시장 출마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이 세간을 놀라게 했고, 여론조사에서 2위와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압도적 1위 결과를 보인 것이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완전한 ‘정치신인’인 그가 서울시장 선거구도에, 그리고 기성 정치판에 이렇게 ‘신드롬’을 일으킬 적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그에 대한 보복감정이다. 그래서 ‘신선한 충격’의 크기에 미루어 ‘대망(大望)’도 꿈꾸어 볼만하다는 성급한 분석까지 나온다. 물론 그가 ‘정치판의 흙탕물’을 맞을 내공이 없고서야 애시당초 서울시장도 한갖 꿈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것이 갖추어진 다음에는 서울시장이든, 대권이든 노리지 못하란 법도 없을 듯하다.

 

◆ 과연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경쟁력'과 '내공' 겸비했나 = 이와 관련한 ‘정치신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정치권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정치권의 궁금증은 일단 `안 원장의 파괴력이 계속 이어질 것인가'와 `그가 현실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두 가지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 외부에 있는 신선한 분들한테 국민이 관심을 갖고 점수를 주게 된다"며 "현재로서는 인기투표 정도로 봐야지, 꼭 지지율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거품섞인 신기루’에 가깝다는 평가다.

 

또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석패한 당시 무소속 박찬종 후보처럼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앞서 4일 트위터에서 ‘안 원장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무소속으로 당선되기 쉽지 않죠"라고 했고,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무소속 후보로는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안 원장도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여야 구도에서 제3후보로 정치적으로 생존이 가능한지는 봐야할 것 같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야의 고정적 지지층이 뭉치게 되며 단순한 인기만 갖고 선거에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위력적 신드롬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아닌가. 하나의 현실적 흐름"이라고 했고, 김용태 의원은 "전혀 거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지지율은 서울시민이 바라는 리얼리티(현실)"라고 평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윤희웅 수석전문위원도 "지지도상으로는 압도적 1위가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근거로 △참신한 이미지 뿐 아니라 인품ㆍ인성까지 대중으로부터 높은 평판을 얻고 있다는 점 △보선까지 남은 기간이 2개월이어서 상대적으로 정치공세에 짧게 노출된다는 점 △서울시장 선거는 총선과 달리 `1인선거'의 성격이 강한 점을 들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안 원장이 일으키는 ‘신드롬’이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쌍방향 소통의 시대흐름에 부합하고, 이른바 새로운 리더십이라 불리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이라는 가치에 순행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가 향후 정치세력의 주요향배가 될 20~30대 젊은 층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인터넷이 초파워를 가지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새 패러다임의 변화는 “정치 영역에서도 '비주류의 승리'를 초래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정치란, 돈·조직·언론의 힘을 빌려야만 할 수 있는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의 현실은 권력이 많아질수록 대권과 멀어진다”면서 “초선 의원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안철수 씨 같은 과학기술자가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고 한다. 비정치인이라서 비주류라 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한 소통에 능한 안 원장 같은 신선한 ‘새 피’가 시대조류에 부합한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여의도의 한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열풍은) ‘486 운동권’을 포함한 기성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그에 대한 단죄의식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바람’”이라면서 “서울시장 지지율 조사에서 이런 센세이션을 일으킬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대권에서도 어떤 결과를 보일지 전망하기는 어렵다. 그건 아직 검증이 전무한 완전한 정치신인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지금 상황은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거나 속단할 수 없는 ‘결론보류의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어쨌든 현재 안 원장의 ‘열풍’은 만만치 않다. 지금 안 원장에겐 서울시장이든, 대권이든 마찬가지로 공히 난관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도 무한히 열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 안철수 대권잡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 = 그렇다면 안 원장이 서울시장에 미련을 버리고 ‘대한민국 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을까. 그랬을 때 대권을 잡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먼저 객관성 확보차원에서 수치상 가능성을 개략적으로 추산해보자. 서울시장선거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최근 여권 유력 후보인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나 야권 유력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 등과 가상대결에서 3배 안팎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3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시민 1천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5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의 예비후보 중 안 원장이 39.5%의 지지율로 2위인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13.0%)보다 3배 이상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또 국민일보가 같은날 GH코리아에 의뢰해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36.7% 지지를 받아 2위인 나 최고위원(17.3%) 등을 압도했다.

 

그야말로 ‘태풍’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깊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울시장에 대한 민심을 대권에 직접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크다. ‘서울’의 장과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선 그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직관까지 동원해 판단해보자면 이 정도면 ‘박근혜 대세론’에도 맞설만 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대권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30%미만의 지지율을 보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안 원장의 파괴력은 박 전 대표에 소량 못 미치거나 약간 과장하면 그에 버금간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5일 리얼미터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정가의 관심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급속히 쏠리면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29.9%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시장에서 한명숙 전 총리보다 3배이상 많은 40%대의 지지율이라면 대권에서 30%가량의 박 전 대표와도 충분히 해 볼만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시사저널이 8월에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2011년도 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기염을 토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가능성 있는 인물로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와 안 원장이 ‘10인’의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미 ‘이 시대 청춘의 멘토’인 안원장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 정부에서 한때 국무총리 후보로 타진하기도 했고, 최근 문재인 이사장이 “(부산 총선에) 안철수 원장을 영입하고 싶다”라고 희망을 피력한 것이 화제가 되는 등 정치권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물론 이 조사에서 안 원장보다 앞서 독보적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위(25.3%),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4위(13.6%)에 각각 포진해 있다. 하지만 나머지 유력 잠룡들은 아직 정치권 진입이 점쳐지지도 않았단 안 원장보다 훨씬 뒤에 포진해 있다. 10위권 밖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15위·1.6%), 오세훈 서울시장(17위·0.9%),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공동 28위·0.4%) 등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야 ‘잠룡’들이 도사리고 있다.

 

◆ 안철수 ‘대권’..문제는 자연스런 ‘시나리오’ = 그렇다면 지금 안 원장이 한참 서울시장에서 잰걸음을 치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대권으로 선회하는 방법은 뭘까. 서로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며 이미 연대설이 돌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현재로선 가능한 시나리오다.

 

안 원장은 5일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출마라는) 역할을 담당할지, 박 변호사 같은 좋은 준비된 분에게 양보할지 그것이 현재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변호사가) 저와 충돌해 다시는 기회가 없게 되는 것보다, 정말로 그분이 원하시면 그쪽으로 밀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이번주 초 직접 둘이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양보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와 ‘병행’하거나 ‘별도’로 지금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하고 지금부터 차분히 대선을 준비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안 원장이 후에 대권 출사표를 대외적으로 던질 때는 기성정당 조직의 힘을 비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비록 일부 지지자들의 지지철회가 있겠지만, 그만큼 조직기반을 겸비할 수 있으므로 마이너스 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권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다. 이번엔 ‘정치초보’인 안 원장이 서울시장으로 정치와 행정의 전초수업을 하고, 차차기 대권을 노리는 것이 더욱 일반적 수순이다. 실제 안 원장의 정무팀에서는 그렇게 판단할 개연성도 농후하다. 그러나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쓰라린 정치경험에 노출될 수 있고 또 낙승하더라도 이후 정치역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정치신인인 안 원장이 이번에 서울시장에 나가면 대통령은 물 건너가고, 반대로 서울시장을 접으면 대통령 자리가 그를 향해 미소지을 것’이란 예언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는 것, 유의해야 할 듯하다.



구원본 gyb999@blueeye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