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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집 6권 발간한 중견 시인-방우달 시인동장 인터뷰 |
[2002-10-19 오후 2: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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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호
떠날 때를 보면/ 떠나고 난 후를 보면/ 떠난 새가 제대로 보인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고 떠난다 <중략> 노련한 새는/ 가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모르게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난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떠난다’ 중에서- 방우달 시인(50)이 성내2동장이 됐다. 아니, 성내2동에 시인이 동장으로 왔다. 떠나는 새처럼 조용히 그는 지난달 20일 강남구청 재무과장에서 강동구로 부임해 왔다. 공무원은 일로 평가 받을 뿐 기사화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그를 꼬득여(?) 인터뷰를 시작할 때만해도 사실 시인 흉내나 내는 사람이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했다. 그녀는 아침마다 다림질한다/ 와이셔츠 목도리 바지/ 부위별로 뜨겁게 다림질한다 구겨진 내 마음까지 다림질한다/ 오늘도 잘 구겨지라고/ 구겨져야 식솔들 굶지 않는다고 <중략> 그의 시집 제목이기도 한 ‘나는 오늘도 다림질 된다’를 보면서 소시민의 마음을 어쩜 이리도 진솔하게 짚어 냈을까 싶어 선 채로 몇 편을 더 읽었다. 굳이 그의 프로필을 보지 않아도 잘 다져진 필력에 중견의 탄탄함이 묻어나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머리맡에서 다림질을 하고 있는, 현모양처가 꿈인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방 시인에게서 평소 살뜰하게 헤아려주지 못한 지아비의 미안함이 배여나온다. 분당에서 서울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간에 주로 시상을 구상한다는 방 시인은 생각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남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길에 오른다. 좌석에 앉아야 메모도 하고 자유롭게 책도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주말엔 산을 오르며 자연을 호흡하고 가슴에 묵은 것들을 털어내려 애 쓴다. “시를 쓴다고 하니까 현실적응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할까 봐 남보다 더 열심히 일 한다”며 웃는 그에게서 시인과 공무원의 모습을 동시에 본다. 강동 근무는 처음이지만 고향에 돌아온 듯 푸근하고 정겹다며 동네 주민들이 고구마, 밤도 삶아오고 저기 국화꽃도 사다 꽂아주었다고 자랑하는 방 시인은 어느새 10년 지기가 된 듯 동네자랑이 푸짐하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방 시인은 94년 문학 전문지<예술세계>에서 박재삼, 함동선 시인의 심사를 받아 등단했다. 최근 발간한 시집<나는 날마다 다림질 된다> 외에도 <보리꽃> <전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아니 되옵니다> <테헤란로의 이슬> <알을 낳는 나그네>가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지갑을 던지는 나무>가 있다. 문단활동 기간에 비해 저서가 많은 것은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문학 가까이에 다가서고자 노력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앞으로도 2년에 한 권씩은 시집을 출간할 계획이라는 방우달 시인, 아니 방우달 동장, 그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문득 시인동장을 둔 성내2동 주민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