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던지는 나무 6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산다는 것은, 때로는 불어난 흙탕물에 아끼던 검정 고무신 한 짝 빠뜨리는 일이다. 실개천 맑은 물에 흰 종이배 하나 빈 마음으로 띄우는 일이다. 떠나온 먼 고향을 향하여 남몰래 흘린 눈물 한 방울 옷깃으로 닦는 일이다. 사랑한 이와 보낸 날들을 추억하며, 남 몰래 그리움 하나 키우는 일이다. 몸부림치며 잎들을 떨쳐 버리는 운명의 바람 한 점 조용히 응시하는 일이다. 수없이 얼굴 모습 바꾸는 뭉게구름 한 웅큼 가슴에 포근히 안아보는 일이다. 어머니 아버지를 애타게 애타게 아이처럼 불러보는 일이다. 불능을 향하여 기적을 빌며 달려가는 일이다. 잘 익은 열매들을 죄 지으며 따 먹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때로는 빙 둘러앉은 밥상머리에서 찌개 그릇의 큰 고기..

앙코르 작품 2021.01.28

시간에 대한 이기주의

* 방우달 시집 '지갑을 던지는 나무' 표지 시간에 대한 이기주의 ___ 방우달(처세시인) 방우달 시집 중에서 나는 이기주의자가 되고 싶다. 시간에 대하여. 남들과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하여 곰곰이 깊이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 도움이 된 시간이었던가, 어느 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시간에 대하여 내면의 내 쪽 삶을 위한 철저히 고독한 생生을 위한 그런 시간을 즐기고 싶다. 시간의 소중함을 말로써가 아니라 글로써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기까지 피와 같이 절실하게 흐름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는가! 나는 또한 남들의 시간을 얼마나 거머리처럼 빨았던가. 아깝고 죄스러울 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의 올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실낱 같은 시간의 골을 깊이 파고 흘러 최..

앙코르 작품 202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