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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똥이 자랑스럽다 쓰고 지우고 지우고 쓰고 내 생(生)에는 똥이 수북하다 - 처세시인 방우달의 《절》 중에서 - 똥을 더럽다고 합니다. 자신의 배 속에 한 통 가득 짊어지고 살면서 똥을 싫어하고 멀리하고 침을 뱉고 살아갑니다. 지우개 똥을 보세요. 촛물 똥을 보세요. 자신을 소멸시키며 맑고 밝고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 명작일수록 지우개 똥을 높이 쌓았습니다. 지운 흔적 입니다. 지움의 반성과 성찰이 생(生)을 키웁니다. 자리이타의 첫걸음입니다. 많이 지우고 비우고 새해에는 명작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앙코르 작품 2020.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