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비와 솔가리/방우달(처세시인) 어제 밤낮 강풍과 비가 내렸다. 애막골 솔숲 산책길에는 온통 낙엽 솔잎으로 덮였다. 어릴 적 내 고향에서는 그것을 깔비라고 불렀다. 사전에서도 깔비라고 찾으면 어느 지방의 사투리라고 나오지 않는다. 은퇴 후 춘천으로 이사와서 많은 어르신께 여쭤봐도 아는 이가 없었다. 몇 년 동안 검색하고 알아 본 결과 솔가리가 표준어임을 알았다. 깔비라고 하면 땔감이 떠오른다. 화력도 세고 불쏘시개로도 좋다. 솔가리라고 하면 자연으로 느껴진다. 솔가리를 밟으며 걷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떨어진 낙엽 솔잎을 고통의 땔감으로 생각하는 것과 자연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차이는 텃밭과 정원 차이의 큰 의식 변화다. 깔비는 민둥산이고 솔가리는 삼림이다. 내 마음은 지금 행복 정원이다. +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