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천사 서설.
사실 이 추천사를 쓰는 이유 중 4할은 인샬라-정원님이 쓰신 맛갈나는 추천사를 본
영향이고, 나머지 6할은 그(이렇게 표현한다고 방우달 시인님께서 불편해 하시지는
않으실 것으로 믿고)와 화우가 2005. 6.24.부터 '통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와 내가 오프라인에서 만났다거나 또는 그가 '기다림의 긴장과 즐
거움'이 없는 수단으로 평가한 이메일로나마 서로 통교한 적이 없기 때문에, 위 10할
에 힘을 불어넣은 결정적 이유는 그의 책을 내가 교보문고에 직접 사가지고 와 읽었
다는 데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블로거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자 말자 책을 사왔고(그냥 지나
치다가 들른 블로그에서 책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접하거나, 또 설령 그것이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해도 책을 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샬라-정원님의 <마흔, 그 보랏
빛 향기>도 그렇게 구했다), 또 존경하는 임광자님이 책을 내겠다고 하시면서 사전
판매를 하겠다고 하여 돈을 가장 먼저 입금한 것도 나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할
개연성이 높다.
이런 배경하에서, 그의 책 <풍선 플러스>을 좀 사 보시라고 클라이언트 여러분께
추천사를 써보기로 한다.
2. 시인이란?
일단,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난감하다.
책 표지 안에는 분명하게 이름 뒤에 '시인'이라는 명징한 단어가 들어 있다.
그런데, 그의 책은 내가 옛날에 열심히 탐독하던 시집처럼 '추천 시인'의 그 읽으면
허무하고 어려운(?) 내용의 추천글이 눈뜨고 살펴봐도 없고(그런 글이 있어야 시집
이라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며, 개인적으로 나는 시집에 붙은 그런 류의 글이 어떤
필요에 의하여 붙지 않았나 의심하는 편이다), 부제로 "삶의 지혜와 향기로 지은 시,
단상, 수필의 집"이라고 말을 붙이고 있다.
그럼 그의 책에 적힌 이것들은 시일까. 아님 단상일까. 그것도 아님 수필일까.
속을 뒤져 봐도 그것을 구분짓는 표시가 없다.
그럼 쉽게 말하면 이것은 시이고, 단상이고, 수필이다.
이렇게 보면 될 것인가?
그가 그렇게 정의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그의 책에 쓰여진 이것들을 '시인이 쓴 시이자 단상이자 수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야! 쉽다.
그리고 일단 그것을 통괄하여 '시'라고 하자. 그가 '시인'으로 불리우는 것처럼
하지만 그의 속내를 살펴보면(아직 그를 알아가고 있는 과정이고, 남의 속내를 꿰
뚫어 볼 능력이 나에게 있지 않다. 내가 느끼기로로 고친다) 그는 '시와 시인'에
미련이 많으며, 이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시를 쓰는 시인으
로의 삶이 그의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것 같다.
아래에 소개하겠지만, 다른 장르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가(家)"로 불리우는
데, 왜 하필 시를 쓰는 사람들은 "인(人)"으로 불릴까 생각타가 그는 이런 시인이
되고 싶어한다.
詩는
밥이 아니다
詩는 헐벗은 이를
덮는
이불이다
詩는
먹을수록
시장 끼를 더해주지만
詩는
덮으면 따뜻하다
詩人은
밥 짓는 사람이
아니다
詩人은
헐벗고 굶주린
영혼의 이불을 짜는 사람이다
詩人은, 그래서,
배가 고프고
춥다
('시와 시인' 전문)
시詩는 늘 나를 가난하게 했지만
나는 나의
대책없는 삶을
사랑했다
('한가위'중에서)
그는 시인이면서도 바람직한 '시인'의 정의를 내리며, 그런 시인이 되고 싶어 한다.
시인이란 시를 쓰는 사람이다. 수필가, 소설가, 평론가,
미술가, 건축가, 공예가,
음악가, 작곡가 등 숱한 이름들이
'가(家)'를 붙이는데 비해 시를 쓰는 사람은 왜
'인(人)'을
붙일까?
사람이란 집에 산다. 즉 집에서 핵이 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 본질이다. 그만큼
시인이란 책임이 무겁다. 시와 사
람이 같다고 해서 시인이다. 그런데 시와 사람이 같지 않은
사람도 더러 있다. 그는 시인이
아니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 시와 인이 같지 않아도 좋은 시는 있
다. 그것은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너무 초월
해 있으므로) 예외인 경우이다.
시인은 언행일치는 기본이고 지행일치가 반드시
되어야
한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향기가 좋고 우아하고 아름
다워야 한다. 물론 나는 시인이라기엔 많이 부끄럽다. '시
따로
사람 따로'인지도 모른다. 일치를 위해 꾸준히
노력
하리.
('시 따로 사람 따로'
전문)
이런 그의 생각은 "작은 약속"이라는 글에서도 그대로 들어난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
이면 거의 다 알만한 꽤 이름이 알려진 60대 여성시인'이 자신의 시집을 부쳐 주겠다
는 약속(그는 이것을 사소한 약속이라고 한다)을 어긴 사실로 하여 그 시인의 시와 삶
이 유리된 실체를 꿰뚫는다.
그의 기준에 의하면 그녀가 아직 시인이 되기에 멀었고, 또 나의 판단에
의하면 그녀는
그가 생각하는 시인이 되기는 영 걸렀다.
내가 으뜸으로 여기는 시는 읽는 기쁨을 주는
시다.
단 한 편의 으뜸 시 쓰기 위해 난 매일 시 찾아간다. ('으뜸시' 중에서)
그는 "시인이라고 편지글, 연설문, 보고서를
잘 쓰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간판그림 중에서)고 겸손한 시구를 적었지만 그의 경력이나 직업(내일신문에
따르면
그는 모 구청 기획공보과장이고, '기획' 및 '공보'는 직업적으로 편지를, 연설문, 보고
서를 잘 쓰야 하는 강요된 위치에 있다)으로 볼 때 그는 대한민국에서 누구 못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기대된다.
그의 책을 보면 장맛이나 김치맛처럼 금방 드러난다. 한 번 사서 읽어 보시라.
To Be Continued
<주1> 허락도 없이 그의 시를 짤라서, 또는 전문으로 싣는데 대하여 도서출판 여름과
시인의 깊은 양해를 구한다.
<주2> 하나의 추천사로 끝낼려고 했는데, 능력이 모자라 글이 남았다. 추후 또 정리하
여 올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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