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이별의 시간 - 야탑의 아침편지

野塔 방우달 시인 2024. 2. 17. 09:02

이별의 시간 - 야탑의 아침편지

 
봄이거나 가을이거나
바람이 불거나 잠잠하거나
잎이 질 때 그냥 지는 잎은 없다
가끔 사고사(事故死)로
이별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잎은
파르르 떨며
마지막 통곡을 하지만

스스로 질 줄 아는 잎은
한참 동안 말끔히 자신을 정리하고
따뜻한 마무리를 가족과 이웃에게 선물한다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은
이승에서 축복받은
가장 아름다운 기적이다

- 방우달의 《소양강에서 놀다》 중에서 -

계절도 이별합니다.
사람이나 생명이 있는 것들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헤어질 때
잘 헤어져야 살아 있었던 시간이 아름답습니다.
지금은 겨울과 이별하고 봄을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한파와 폭설 강풍으로 괴로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웃으며 겨울을 보내줘야 합니다. 함께 한 시간이
의미 있고 아름답기 위해서 입니다.
그렇게 핀 봄꽃이 향기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