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뚜껑 열렸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6. 6. 05:31

'뚜껑 열렸다'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어린 손자가 상자를 가지고 논다
상자 발음은 잘 되는데
뚜껑 소리는 여러 번 따라 해도
영 그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하다 못해 제 엄마가
너도 좀 더 크면 잘 할 수 있다고
용기와 희망을 주고 나서
"아들, 어떻게 하면 잘 크지?" 했더니
"빼빼로!"
상상 상자의 뚜껑이 획 날아간다

- 방우달의 《엄마와 시》 중에서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습니다. 생각의 아버지, 상상의 아버지,
순수의 아버지, 창작의 아버지, 시(詩)의 아버지죠.
아버지인 어린이에게 어린이인 어른이 야단칩니다.
나이 든 어른은 상식, 이념, 고정관념, 편견으로
상자 뚜껑이 두껍게 닫혀 있습니다. 선입견은
우물 안의 개구리 눈과 같습니다. 녹내장 낀
마음을 확 걷어내야 세상이 바로 보입니다.
뚜껑이 날아가고 크게 웃을 일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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