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모순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11. 13. 03:50

** 모순 **/방우달(처세시인)
ㅡ 방우달의 <희희낙락> 중에서

 


흔히 ‘마음을 비운다’거나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말한다.

이는 많이 가진 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써야 하는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 가진 것이 없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이 이 말을 많이 한다.

사실 그들은 비울 것도

내려놓을 것도 별로 없다.

결국 더 가지고 싶은 것,

더 오르고 싶은 지위를 포기한다는 선언이다.

그렇지 않으면

홧병이 나서 죽을 것 같기 때문이다.

비울 것이 있는 사람이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거의 마음을 비우지 않고

내려놓지 않고 잘 살고 있다.

보통 사람들도 아름다운 착각 속에서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