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1.09.05.일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9. 6. 06:48

[처세시인 방우달의 행복한 삶의 지혜와 향기]

춘천 은퇴생활 일기 2021.09.05.일

 

맑은 가을 하늘은 사람에게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친다. 맑은 만큼 깨끗함도 주고 상쾌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너무 맑다보니 자신의 밑바닥까지도 보여 준다. 자기 성찰이다. 가을 우울이다. 코로나 우울까지 보태져서 우울이 극치에 다다르기도 한다. 졸시 '울어도 어울리는 계절'이 가을 마다 독자들이 소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울이 극에 달하면 자신을 칭찬해 줘야 치유가 된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힐링이 된다. 뭐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없나?

 

재벌 그룹 회장도 지금 내 삶을 살지 못한다. 내가 그의 삶을 살 수 없듯이. 삶이란 독특하다. 고유하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 추구하는 이념도 다르다. 세상은 온통 다른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자기 입맛에 다 맞지도 않다.

 

나의 춘천 은퇴생활은 사실 최상의 삶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에 나 같은 삶을 꿈꾼다. 조용한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독서 등 취미생활을 하고 산책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나는 지금 그런 생활을 10년 전부터 하고 있다.

 

꼭 전원주택은 아니지만 지방도시 아파트에서 '도시자연인'으로 살고 '호반산책자'로서 호반 들 강변 산을 걷고 날마다 '행복사냥꾼'으로서 행복을 찾고 창조하며 산다. '3기(읽기, 걷기+사색+명상, 쓰기)에 미친 사람'으로서 근면하고 검소하고 보람있는 시간을 보낸다. 장담할 것은 못되지만 어느 정도 건강도 지키고 있다.

 

가끔 떨어져 사는 자식들과 만나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지인들과도 만나 소주도 한 잔씩 마시고 문학 예술인들과 교류도 하며 산다. 평균 1년에 한 권 꼴로 책도 출간하면서 이렇게 살면 누구 부러울 것도 없으리라. 재벌 그룹 회장도 내 삶을 부러워하지 않듯이 나도 재벌 그룹 회장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러나 가을은 가끔 맑은 우울을 안겨준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옅은 뭉게구름이 하늘을 가리기는 하지만 공기질은 최상이다. 졸시 "울어도 어울리는 계절"을 다시 읽으며 집 밖을 나가지 않고 고요한 마음으로 깊이 있는 울음을 울고 있다. 가을 귀뚜라미가 나의 마음과 같은 심정으로 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