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지갑을 던지는 나무> 중에서
산다는 것은, 때로는
불어난 흙탕물에
아끼던 검정 고무신 한 짝
빠뜨리는 일이다.
실개천 맑은 물에
흰 종이배 하나
빈 마음으로 띄우는 일이다.
떠나온 먼 고향을 향하여
남몰래 흘린 눈물 한 방울
옷깃으로 닦는 일이다.
사랑한 이와 보낸 날들을
추억하며, 남 몰래
그리움 하나 키우는 일이다.
몸부림치며 잎들을 떨쳐 버리는
운명의 바람 한 점
조용히 응시하는 일이다.
수없이 얼굴 모습 바꾸는
뭉게구름 한 웅큼
가슴에 포근히 안아보는 일이다.
어머니 아버지를
애타게 애타게
아이처럼 불러보는 일이다.
불능을 향하여
기적을 빌며
달려가는 일이다.
잘 익은 열매들을
죄 지으며
따 먹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때로는
빙 둘러앉은 밥상머리에서
찌개 그릇의 큰 고기덩어리에
숟가락이 먼저 가는 일이다.
거뭇한 해바라기 얼굴
만지작거리며
태양을 향하는 일이다.
희미한 달빛 아래 서서
달맞이꽃 옷매무새를
다시 한 번 가다듬어 주는 일이다.
커가고 사라지는
달의 한 달 삶을
가만히 되새기는 일이다.
날마다 새록새록 커가는
아이들의 그림자에
자신을 살짝 포개보는 일이다.
부르튼 타인의 손을
죄스럽게
만져주는 일이다.
섭섭하게 헤어진 사람들에게
죄스러운 후회와
미안한 마음을 갖는 일이다.
내 마음을 항상 곱씹는 일이고
한 번 더 거울에
얼굴을 비쳐보는 일이다.
가끔은 잘난 체 하며
힘껏
가속페달을 밟는 일이다.
잘못을 저지를 때는
뉘우치며
힘껏 급브레이크를 밟는 일이다.
불행한 처지에 빠져 있을 때라도
진실이 우러나는 마음으로
감사를 드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