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추억
방우달(시인)
추억이 흑백과 칼라로 저장된 사람과
칼라만으로 저장된 사람이 지금은 함께 산다
그들은 추억이 흑백만으로 또는 흑백과
칼라만으로 저장된 사람을 추억하며 살고 있다
차츰차츰 흑백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칼라만으로 소중한 추억의 창고를 가득 채우리라
칼라 다음엔 사이버 추억이 밀려와서
눈물로 엮어진 실재 추억을 지배하리라
나의 추억은 흑백과 칼라로 혼재된 삶이다
흑백 추억만으로 산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듯이
흑백과 칼라만으로 산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곧 칼라와 사이버 추억이 혼재하다
사이버 추억만이 이 세상을 지배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