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을을 사랑합니다
방우달(시인)
어느 날 내게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나의 계절은
봄과 여름이 번갈아 온 것처럼 살아왔습니다
남의 계절로만 느꼈던 가을을
이제 기대에 찬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합니다
가을은 성숙과 결실,
이별과 상실의 두 얼굴을 보여줍니다
때가 익어서 그런지
이제는 가을이 갈수록 깊어지고 정이 듭니다
떠나기 전에 가을은
지난 계절의 온갖 추억들을
알록달록 빛깔도 입혀 줍니다
견디기 힘들었던 삶의 무게도
날마다 조금씩 가볍게 들어 올립니다
자연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흔들림 없이 순환하지만
인생의 계절은 봄 여름 봄 여름 봄 여름 반복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을이 찾아 오고 겨울이 나타납니다
인생의 계절은 봄 여름이 길고
가을과 겨울은 한나절처럼 짧습니다
짧은 계절을 의미있고 행복하게 맞이 합니다
나는 가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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