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저승사자
방우달(시인)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청량리 지하역 화장실에서
용변 마친 중년의 대머리 아저씨
손 씻고 거울 보며 머리를 손질하는데
그 넓은 이마에 파리 한 마리가 앉는다
손으로 휘휘 쫓으니 날아갔다가 다시 와서 앉고
놈은 그 짓을 몇 번 반복한다
잔뜩 화가 난 아저씨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신문지를 둘둘 말아서
거울 보며 정조준하여
놈이 앉은 자신의 이마를 세게 때렸다
"쫓으면 도망이라도 가야지!"
순간 시체는 세면대 지옥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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