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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생활에 대한 부부의 생각 차이

野塔 방우달 시인 2013. 7. 28. 09:45

[RETIREMENT PLAN] 노후 생활에 대한 부부의 생각 차이

이웃나라 일본에서 ‘나리타 이혼’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예전부터 ‘나리타 이별’이란 단어가 있었는데, 이 말은 젊은 신혼부부들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나리타공항에 내리자마자 갈라서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런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황혼 이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번에는 ‘나리타 이혼’이란 말이 등장한 것이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나리타 이혼이란 말은 노부부가 막내아들을 결혼시키고 신혼여행을 보낸 후 나리타공항에서 이혼한다는 뜻이다. 이혼을 원하는 쪽은 대개 남편이 아닌 아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황혼 이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정보화기획단이 발표한 ‘2011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결혼 20년이 넘은 황혼 이혼이 4년 이하의 신혼 이혼을 이미 추월한 상태라고 한다. 이혼은 젊은 세대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통계도 서울시의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1년 70대 부부의 이혼 상담 건수는 모두 118건이었는데, 4~5년 전만 해도 이들 연령대의 상담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황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부부간 신뢰가 깨져서 나타나는 현상일까? 아니면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한눈을 팔아서 그런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생 100세 시대로 진입하면서 부부 둘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인 것 같다.


1.4년 VS 19.4년
과거 60~70년을 사는 시대에는 자녀를 여럿 낳은 데다 수명도 짧아서, 자녀가 독립한 후 남편과 아내 둘이서 사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 한경혜 서울대 교수는 ‘부부 둘이 사는 시간이 1.4년’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자녀를 적게 낳는 데다 수명까지 늘어난 오늘날에는, 부부 둘이 사는 시간이 과거보다 무려 10배 이상이나 늘어났다. 한 교수에 따르면 부부가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19.4년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사전 준비 없이 너무 오래 함께 지내면 별의별 흉허물이 다 보이는 법이다. 부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많은 남성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그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던 아내와 외식도 하고 여행도 하며 오순도순 정답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는다. 아내 역시 그러한 시간을 기다려 왔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아내는 더 이상 남편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생활을 누리고 있는 아내는 밖에 나가 친구들과 모임을 갖거나 이런저런 취미를 즐기느라 바빠서 예전처럼 남편을 챙기려 들지 않는다.

게다가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라도 종일 같이 지내다 보면, 상대의 단점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따라서 돈이 있든 없든 가급적 80세 정도까지는 외부 활동을 만드는 것이 좋다. 아내들도 집에 있는 남편을 구박하기보다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젊을 때는 부부싸움을 했다가도 아이들 때문에라도 얼굴을 마주 보고 화해하고 다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얼굴을 붉히며 싸우느니 아예 각방을 써버리는 것이다. 방을 따로 쓰면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기에 싸울 일도 없다. 그냥 데면데면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형식은 부부지만 내용은 남남인 생활이 계속 이어지면 황혼 이혼처럼 극단적인 결과를 낳고 만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퇴직한 남편의 밥 시중을 들다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아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주부들끼리는 “퇴직한 남편들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일은 혼자 밥 차려 먹는 것”이라며 남편을 훈련(?) 시키라는 조언도 주고받는 모양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는 퇴직 후 부부 단 둘이만 사는 기간을 어떻게 화목하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부터 부부간의 대화를 통해 노후 생활에 대한 생각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노후 생활에 대한 부부의 생각 차이가 예상 외로 크기 때문이다.


노후 생활에 대한 부부의 생각 차이
지난해 30~40대 부부를 대상으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실시한 ‘퇴직 후 생활’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 결과를 보면 남편과 아내가 꿈꾸는 노후 생활이 크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퇴직 후 부부가 어떤 지역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남편의 답변은 비교적 전원생활이 용이한 서울 근교나 지방 중소도시, 즉 시골로 이주하고 싶다는 비율이 75%를 차지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서울 근교란 일산, 분당, 용인 등과 같은 신도시가 아니라 양평, 가평, 남양주 등 농촌에 가까운 경기 지역을 말한다.

반면 아내의 답변은 서울이나 수도권 신도시, 지방 대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비율이 65% 정도를 차지했다. 살고 싶은 주택의 유형에 대해서도 절반 가까이가 생각이 달랐다. 남편의 경우에는 절반 이상이 전원주택을 선호한 반면, 아내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고 싶은 지역과 주택 유형에 대한 부부의 생각이 다른 이유는 주거에서 찾는 핵심 효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즉 남편은 공기 좋고 한적한 곳, 야외에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곳, 소일거리를 찾을 수 있는 텃밭이 있는 곳을 선호하는 반면, 아내는 문화·레저·편의시설이 있는 곳, 친교 모임·쇼핑이 가능한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편들은 대체로 답답하고 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꺼려하는 반면, 아내들은 보안 문제와 주택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전원주택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같이 보내고 싶어 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의 60% 정도는 하루 여유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내고 싶어 했지만, 남편과 같은 생각을 하는 아내의 비율은 30%도 안 됐다. 은퇴 후 생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도 달랐다. 남편은 건강(96%) 다음으로 부부관계(73%)를 언급한 반면, 아내는 건강(99%), 돈(64%), 부부관계(59%) 순이었다.


젊을 때는 부부싸움을 했다가도 아이들 때문에라도 얼굴을 마주 보고 화해하고 다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얼굴을 붉히며 싸우느니 아예 각방을 써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남녀라는 이유로,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의 차이로 부부의 퇴직 후 생활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부부간의 생각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퇴직 후 생활에 대해 부부가 터놓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많은 부부들이 퇴직 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에 아직 익숙지 않은 듯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알아주겠지’, ‘이렇게 하자면 따라오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월 2회 정도는 노후 생활의 구체적인 주제를 정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노후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거’다. 주거 계획은 돈과 관련된 측면에서도, 노후 생활의 질과 관련된 측면에서도 퇴직 준비의 핵심 변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주거에 대해 부부가 갖는 생각은 크게 다르다. 노후에 어디에서, 어떤 형태의 주택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그림만큼은 충분한 대화 속에서 부부가 같이 그려나가야 함을 명심하자.

남편의 경우 퇴직 후 ‘나만의 시간’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퇴직 후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남편과 아내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인생 2막을 꿈꾸는 남편들이 많은 데 비해 아내는 가정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이들이 더 많다. 따라서 남편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만 하지 말고 나만의 시간을 기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재취업해서 수입을 얻든, 자기실현을 위해 활동하든, 사회공헌을 하든, 체력이 허용하는 한 소일거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강창희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대표
일러스트 허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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