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혼詩魂

교차로 플러스 뉴스

野塔 방우달 시인 2007. 4. 17. 16:23
2007년 03월 22일 (목)
제32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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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간 묵힌, 잘 익은 시를 보여드립니다
시쓰는 공무원 강동구청 기획공보과장 방우달씨


11권의 시집을 발표한 방우달(52세·강동구청) 시인의 직업은 공무원이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개의 본업을 가진 그는 사람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상의 소소함이 모두 노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하철에서 시를 쓰는 과장님

구청에서 가장 바쁜 부서 중 하나인 기획공보과. 그곳에서 기획과 예산, 공보업무를 담당하는 방우달씨가 올 한해 발표한 시집의 권수만도 다섯 권이나 된다. 하지만 그의 시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메모광인 방우달씨가 십 년간 적어온 글들을 고르고 골라 출판한 것. ‘교과서에 없는 처세학’이라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곳에 시를 올려놓았던 방우달씨는 알려지지 않은 자신만의 아지트에 방문하는 손님들의 반응을 보며 쉽게 퇴고를 할 수 있었다고.
바쁜 가운데서도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려 노력한다는 그가 시를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은 지하철 안이다.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방우달씨는 자택이 있는 성남 야탑동에서 송파구청까지 왕복하는 지하철을 시상을 떠올리고 독서를 하는 개인 서재로 이용한다.
젊은 날부터 시인이 꿈이었던 그이지만 힘든 형편 때문에 시인을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생활 때문에 선택한 공무원의 길이지만 27년간 사람을 만나온 시간이 방우달씨에게는 소중한 인생자산이다. 동사무소 동장을 6년 넘게 해오면서 지역의 작은 이웃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함께 울고 웃는 동안 그들의 삶은 어느새 방우달 시인이 품어야 할 노래가 되었다.


삼락(三樂) 중 으뜸은 아내와의 술 한잔

방우달씨의 시에는 생활 속의 유머와 따뜻함이 공존한다. 지하철에서 만난 노숙자에게 자신의 시집을 건네주며 추운 겨울날 베개로 이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잔액이 8500원이나 남은 지하철 정액권을 줍고는 누구한테 자랑할까 즐거워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년이다.
삶의 삼락(三樂)을 독서와 출퇴근 시간, 술과 함께하는 사람으로 꼽는 방우달씨는 건강의 악화로 삼락의 마지막 술을 마시지 않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생활 속 유머를 사용한다. 워낙 술을 좋아하던 그이기에 그가 술을 먹지 않는다는 건 믿기지도 믿을 수도 없는 사실. 계속 권하는 술을 마냥 거절할 수 없어 생각한 방법이 목걸이식 이름표를 걸고 다니는 것이었다. 술을 권하는 사람들에게 “제 속 한번 보시겠습니까?”라며 옷을 풀어보이면 ‘저는 원래 주당이었습니다만 오늘은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낫고 나서 더욱 열심히 마시겠습니다. 방우달’이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이런 그의 유머 앞에 누가 웃지않을 수 있을까.
자신을 애인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만큼 사람을 좋아하는 방우달씨.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단연코 아내 이연욱씨다. 2년 전 그는 아내에게 잊을 수 없는 멋진 선물을 했다. ‘방우달 시인의 숲에서 현모양처를 꿈꾸는 女子’라는 글이 새겨진 명함을 선물한 것. 전업주부로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살아온 아내에게 이름이 불려지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핸드폰 단축번호 1번이자 그가 쓰는 모든 시의 첫 독자인 아내를 “내 첫 번째 애인”이라고 말하는 방우달씨는 자신의 숲에 누구보다 아내를 깊숙이 품고있다고 말한다. 그의 소박한 삶의 지혜가 행복으로 느껴진다.


박민혜 기자 snail21@naver.com(200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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