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막골 약수터에서/방우달(처세시인) 그저께 애막골 산책 중에 잠시 가을 폭우가 쏟아졌다. 키 크고 약한 코스모스와 구절초는 다 쓰러졌다. 며칠 전에는 제주도 H 시인이 돌아가셨다. 나보다 15살 위다. 나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오늘 산책길 지나 오면서 의자에 앉아 명상을 즐기는 듯한 한 노인을 만났다. 기다렸다가 가실 때 여쭤보니 나보다 11살 위다. 무릎이 아파서 잘 걷지 못해 자주 쉰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건강하고 젊은 모습이다. 꾸준히 숲속을 산책하고 명상을 해서 건강을 연장시키나 보다. 약수터 샘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일광욕을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느릿느릿 쉬엄쉬엄 걷는다. 애막골 야산 조그만 정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