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 2

삶은 한 잔 술에 안겨 익살을 부리고

삶은 한 잔 술에 안겨 익살을 부리고 설날에 가만히 생각해 보았네. 지난 30여 년간 왜 그렇게 많이 마셨는가, 삶에 대한 불만이나 축배가 아니었다. 낭만도 아니었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숨 막힐 듯 막힐 듯 꽉 찬 삶을 비워서 빈병을 만드는 재미가 수월찮게 있었고 가엾게 여겨질 정도로 비워버린 잔을 채워주는 재미가 제법 솔솔 났기 때문. 그냥, 있으면 비우고 비워지면 채우는 것이 삶이어서 그 재미가 없었다면 어찌 여기까지 왔겠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우고 채우고 채우고 비우고 하는 사이 내장이 허물어지 듯 삶은 허물허물 꿈은 술잔 속에서 맘껏 부풀어 올랐더라. 삶은 오늘도 한 잔 술에 안겨 익살부리네. - 처세시인 방우달의 《절》 중에서 - 술을 마시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술이 좋..

앙코르 작품 2021.02.23

낚時법

낚時법/처세시인 방우달 * 방우달 시집 중에서 시간을 낚는 법은? 느리게 사는 것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천천히 건져 올려 갖은 양념 버무려 맛있게 즐기는 것 여행을 하는 것 날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느껴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 두는 것 독서를 하는 것 천년의 세월을 압축시켜 칩에다 저장하는 것 산책을 하는 것 질러가지 않고 빙 둘러가며 단물이 나도록 시간을 잘근잘근 씹는 것 비우며 사는 것 마음을 비운 만큼 시간은 가득 채워지는 것

앙코르 작품 202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