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중에서 산다는 것은, 때로는 불어난 흙탕물에 아끼던 검정 고무신 한 짝 빠뜨리는 일이다. 실개천 맑은 물에 흰 종이배 하나 빈 마음으로 띄우는 일이다. 떠나온 먼 고향을 향하여 남몰래 흘린 눈물 한 방울 옷깃으로 닦는 일이다. 사랑한 이와 보낸 날들을 추억하며, 남 몰래 그리움 하나 키우는 일이다. 몸부림치며 잎들을 떨쳐 버리는 운명의 바람 한 점 조용히 응시하는 일이다. 수없이 얼굴 모습 바꾸는 뭉게구름 한 웅큼 가슴에 포근히 안아보는 일이다. 어머니 아버지를 애타게 애타게 아이처럼 불러보는 일이다. 불능을 향하여 기적을 빌며 달려가는 일이다. 잘 익은 열매들을 죄 지으며 따 먹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때로는 빙 둘러앉은 밥상머리에서 찌개 그릇의 큰 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