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가슴은 내 시집이 된다 잠자리에서 아내의 가슴에 손바닥을 올리면 아내는 벌거벗은 내 시집이 된다 표지가 열리고 시인의 말이 나오고 목차가 펼쳐진다 땀에 젖은 시 한 편 한 편이 넘겨진다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어렵고 쉽고 가볍고 무겁다 계속해서 넘기면 뒷표지가 나오고 아내의 가슴은 끝에 가서 투명해진다 높고 넓은 하얀 하늘에 손바닥 하나 떠 있다 시집에서 빠져나온 영혼 하나 그 손바닥을 타고 날다 넓고 깊고 푸른 바다에서 노를 젓는 풍경으로 바뀐다 잠이 깨면 내 손바닥은 젖은 채 비몽사몽이다. - 방우달의 《야탑(野塔)의 노래 2》 중에서 - 옛날에는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어떻게 한 몸이 되느냐, 말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