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3

봄날 일광욕을 즐기는 노인

봄날 일광욕을 즐기는 노인 방우달(처세시인) 단풍든 바람 싣고 살랑이는 햇살만 좋으랴. 산수유 매화 개나리 어울려 봄을 한껏 피우는 정오 무렵 아파트 둘레길 한적한 양지에 앉아서 한 노인이 봄날을 즐긴다. 셀카는 싫고 그 모습을 한 컷 작품으로 남기고 싶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했으나 연이은 실패, 한참 기다렸다가 애완견 데리고 산책 나온 한 젊은 새댁에게 부탁, 오케이! 외롭게 사색하는 노인의 모습에 봄날을 가득 담아 달라 주문했더니 외로움 너머 피어난 고목의 매화처럼 꽃 피는 봄날에 가을이 와서 즐기는 명작이다. 나는 완전 노인이 되어 앉아 있었다.

미발표 신작 2021.03.26

똥 똥이 자랑스럽다 쓰고 지우고 지우고 쓰고 내 생(生)에는 똥이 수북하다 - 처세시인 방우달의 《절》 중에서 - 똥을 더럽다고 합니다. 자신의 배 속에 한 통 가득 짊어지고 살면서 똥을 싫어하고 멀리하고 침을 뱉고 살아갑니다. 지우개 똥을 보세요. 촛물 똥을 보세요. 자신을 소멸시키며 맑고 밝고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 명작일수록 지우개 똥을 높이 쌓았습니다. 지운 흔적 입니다. 지움의 반성과 성찰이 생(生)을 키웁니다. 자리이타의 첫걸음입니다. 많이 지우고 비우고 새해에는 명작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앙코르 작품 2020.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