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 2

나의 그물엔 詩 한 편 걸리면

나의 그물엔 詩 한 편 걸리면/방우달(처세시인) 새벽 다섯시 애막골 구름 다리 위엔 거미 할배가 길목 좋은 곳에 그물을 던져놓고 기다린다. 몸은 은폐하지 않고 100% 노출이다. 그는 알고 있다, 새들은 아직 잠 자는 시간임을. 그보다 먼저 일어난 매미는 구름 다리가 흔들리는 힘찬 합창이다. 작은 날벌레들이 이 연주회에 벌떼처럼 몰려들었으면 멋진 공연이 될 텐데 그는 생각한다. 게으른 날벌레들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눈 먼 한두 마리 걸리면 그는 감사히 그물을 걷을 생각이다. 구름 다리는 계속 흔들리고 가까이 교회 십자가는 붉은 불빛이 흐려진다. 나의 허접한 그물엔 詩 한 편 걸리면 휘청거린다. 너무 깊고 무거운 만선이다.

미발표 신작 2023.08.18

애막골 새벽 산책 단상

애막골 새벽 산책 단상/방우달(처세시인) 20일만에 새벽 5시 애막골 산책에 나서다. 슈퍼 문이라던 보름달이 일주일 지나니 반쪽이다. 한 달 일생의 허무와 무상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 탓인가 올해 매미는 매섭게 운다. 7년 고행 끝에 보름 동안 극락 천국에서 울거나 노래한다. 어느 생인들 짧고 소중하고 절박하지 않으랴. 산책 두 시간 반 동안 황홀하게 내 귀는 완전 씻겼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멀리 높이 난다. 벌레도 많이 잡고 비행도 예술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먼저 총 맞아 죽는다고 생각하는 새는 날기도 전에 굶어 죽는다. 조금 일찍 죽으나 늦게 죽으나 짧은 일생은 그게 그거다. 대가들은 대부분 SNS에 와서 놀지 않는다. 자신을 자랑하거나 가볍게 위로 받으려 하지 않는다. 말 장난하며 놀 시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