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물엔 詩 한 편 걸리면/방우달(처세시인) 새벽 다섯시 애막골 구름 다리 위엔 거미 할배가 길목 좋은 곳에 그물을 던져놓고 기다린다. 몸은 은폐하지 않고 100% 노출이다. 그는 알고 있다, 새들은 아직 잠 자는 시간임을. 그보다 먼저 일어난 매미는 구름 다리가 흔들리는 힘찬 합창이다. 작은 날벌레들이 이 연주회에 벌떼처럼 몰려들었으면 멋진 공연이 될 텐데 그는 생각한다. 게으른 날벌레들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눈 먼 한두 마리 걸리면 그는 감사히 그물을 걷을 생각이다. 구름 다리는 계속 흔들리고 가까이 교회 십자가는 붉은 불빛이 흐려진다. 나의 허접한 그물엔 詩 한 편 걸리면 휘청거린다. 너무 깊고 무거운 만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