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맛있겠다/방우달(처세시인) 봄날 일요일 오후, 나는 날마다 일요일이다. 비 온 탓도 있지만 어금니도 두 개 뽑았기 때문에 3일만에 '야탑수행길' 산책을 나왔다. 오후 6시쯤 만천천 옆 한 편의점 앞을 걷는데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60대 후반 남자 셋이서 낮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건배 후 소주를 마시고 내는 캬! 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귀가 아니라 눈이 번쩍 띄었다. 애주가인 나는 어금니 발치로 9일째 금주다. 순간 걸음을 멈추고 편의점 야외 테이블 쪽을 쳐다봤다. 나는 평생 술 못 마셔서 미친 사람 같았다. 입맛 다시며 속으로 캬! 소리 지르고 다음 주 수요일을 고대하며 다시 걷는다. 만천천은 오전까지 비가 내린 탓으로 내 눈엔 누런 막걸리 빛깔로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