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없는 처세학

1830 손씻기

野塔 방우달 시인 2006. 10. 31. 15:44

 

 

1830 손씻기

 

 

방우달(시인)

 

 

화장실에서 흔히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자리도 아름답습니다"란

아름답고 깊은 의미를 담은 글귀이다.

액자나 스티커에 예쁜 꽃과 함께 씌어있다.

 

또한 그 여백의 짧고 좋은 글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이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배려 덕분이다.

 

그 액자나 스티커에는 또 "1830 손씻기"란 표어가

무심코 보는 이를 유혹한다.

이 운동은 서울시에서 벌리고 있는 캠페인인데

'하루 8번 30초씩 손씻자"라는 뜻이다.

 

손을 자주 씻어 깨끗이 관리하자는 뜻이지만

너무 자주 씻어도 위생에 좋지 않으니

하루에 8번 씻는 것이 적당하고

한 번 씻을 때마다 30초씩 씻자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습관도 참 다양하다.

손을 씻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고

보통 사람은 용변을 마치고 대개 손을 씻는다.

그러나 드물게 손을 씻고 용변을 보는 사람도 있다.

또 용변 전후 손을 씻는 사람도 아주 드물게 있다.

 

변기에 앉아, 왜 손 씻는 시기가 다를까 생각해 본다.

남자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소변 보기 전에 손을 씻는 사람은

더러운 손으로 그 신성한 '물건'을 만질 수 없다는 생각이,

 

소변 본 후에 손을 씻는 사람은

더러운 '물건'을 만졌으니

손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소변 전후에 다 손을 씻는 사람은

'물건'을 만지기 전이나 만진 후에도

손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설 것이다. 

 

아예 손을 씻지 않는 사람은

아주 게으러거나

그런 저런 생각이 없거나

위생관념이 희박한 사람일 것이다.

 

어쨌든 손을 씻을 때마다, 거울처럼

마음도 동시에 깨끗이 씻겨졌으면 좋겠다.

나도 타인도 함께 행복하게,

내가 머물다 가는 이 세상이 아름답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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