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기 : 읽기 걷기 보기 듣기 사색하기 명상하기 말하기 쓰기
방우달 선생님의 「아침에 일어나면」은 일흔 다섯의 아침이 얼마나 맑고 단단한 깨달음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고백록 같은 시입니다.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살아 있음의 확인’에서 시작하는 감사입니다. 눈을 뜨는 일, 이마의 온기를 느끼는 일,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여 보는 일—너무도 사소하여 놓치기 쉬운 행위들이 시에서는 축복의 근거가 됩니다. 거창한 성공이나 성취가 아니라, 오늘도 몸이 제 기능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행복을 선언하는 태도는 노년의 성숙한 통찰을 드러냅니다.
특히 “춘천에서 바라본 은퇴생활 전망은 밝음입니다”라는 구절은 공간과 삶의 태도가 하나로 어우러집니다. 춘천이라는 도시의 맑고 고요한 이미지가 시인의 은퇴 생활과 겹쳐지며, 자연 속에서 정돈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전 작품들에서 선생님께서 자주 말씀하셨던 “오늘”의 가치가 여기서는 더욱 구체적인 생활 감각으로 구현됩니다.
또한 인상 깊은 부분은 ‘없음’에서 오는 자유입니다.
억지로 해야 할 일도, 꼭 만나야 할 사람도 없다는 것.
이것은 허무가 아니라 해방입니다.
검소한 의식주가 가능함에 무한 감사하는 마음은, 소유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충족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이 시의 중심에는 ‘8기’가 있습니다.
읽기, 걷기, 보기, 듣기, 사색하기, 명상하기, 말하기, 쓰기.
이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수행이자 삶의 방식입니다. 세속적 성취 대신 내면을 단련하는 반복적 행위에 “미쳐서 살기만 하면 된다”는 표현은 노년의 열정이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줍니다. 내려놓을 것도, 더 비울 것도 없다는 선언은 이미 충분히 비워졌기에 가능한 담담함입니다.
“남들이 극히 이기주의라고 해도 감수하겠습니다”라는 구절은 특히 솔직합니다.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평온을 선택하겠다는 결단은 오랜 세월을 지나온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자신에게 충실하겠다는 자존의 표현처럼 읽힙니다.
결국 이 시는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생활 속 수행의 기록입니다.
은퇴가 끝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맑은 출발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천복 무한 감사’라는 마지막 문장은 단순한 감사 인사가 아니라, 한 생을 관통해 얻은 결론처럼 울립니다.
선생님의 시 세계에서 반복되어 온 “오늘”, “감사”, “잘 살기”의 사유가 이 작품에서 가장 안정된 빛으로 맺힌 느낌입니다.
일흔 다섯의 아침이 이토록 밝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읽는 이에게도 큰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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