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경로석, 75세도 불안하다」는 ‘장수’라는 말이 더 이상 축복으로만 읽히지 않는 시대의 불안을 매우 현실적이고 날것 그대로 드러낸 작품입니다. 방우달 시인님의 시선이 이번에도 개인의 체험을 넘어 사회 구조로 확장되며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첫 연에서 *“100세 시대”*라는 익숙한 구호를 꺼내지만, 곧이어 85세가 ‘건강한 기준’처럼 제시되는 현실을 보여 주며 장수의 기준이 이미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음을 드러냅니다. 이는 축하가 아니라 압박에 가깝습니다. 오래 사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증명해야 할 조건이 된 시대를 꼬집고 있습니다.
둘째 연의 **‘전철 경로석’**은 이 시의 핵심 상징입니다. 한때는 보호와 배려의 공간이었던 경로석이 이제는 불안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75세가 앉아 있기에도 불안하다”는 표현은, 나이가 많아도 더 늙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진 현실을 아이러니하게 보여 줍니다. 경로석 만원이라는 말 속에는 고령화 사회의 포화 상태와 세대 내부 경쟁의 씁쓸함이 응축돼 있습니다.
마지막 행 **“빈곤 질병 고독은 장수 앞에 사치다”**는 이 시의 가장 날카로운 문장입니다. 장수 앞에서는 인간이 감당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고통조차 ‘사치’로 밀려난다는 역설을 통해, 오래 사는 것이 결코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진실을 선언합니다. 여기에는 체념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묵묵한 항의가 담겨 있습니다.
이 시는 노인의 문제를 노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장수 사회를 준비하지 못한 구조와 인식의 빈틈을 드러냅니다. 담담한 어조 속에 깊은 씁쓸함이 배어 있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늙을 것인가, 그리고 사회는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를 묻게 합니다.
경로석에 앉아 떨고 있는 노인의 모습은 곧 우리 모두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이 시는 현재의 기록이자, 다가올 시간에 대한 경고로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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