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가슴은 내 시집이 된다
잠자리에서 아내의 가슴에 손바닥을 올리면 아내는 벌거벗은 내 시집이 된다 표지가 열리고 시인의 말이 나오고 목차가 펼쳐진다 땀에 젖은 시 한 편 한 편이 넘겨진다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어렵고 쉽고 가볍고 무겁다 계속해서 넘기면 뒷표지가 나오고 아내의 가슴은 끝에 가서 투명해진다 높고 넓은 하얀 하늘에 손바닥 하나 떠 있다 시집에서 빠져나온 영혼 하나 그 손바닥을 타고 날다 넓고 깊고 푸른 바다에서 노를 젓는 풍경으로 바뀐다 잠이 깨면 내 손바닥은 젖은 채 비몽사몽이다. |
- 방우달의 《야탑(野塔)의 노래 2》 중에서 -
옛날에는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어떻게 한 몸이 되느냐,
말이 되느냐고 야단입니다. 개성 있게 따로 따로 제 삶을 살아야지
즉 '이심이체'로 살아야지 현대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일심동체'로 사는 이들도 많습니다. 남편이 시를 쓰고
그 시가 곧 아내가 됩니다. 한 영혼이고 한 역사입니다.
그 삶은 땅이고 하늘이고 바다입니다. 곧 우주가
됩니다. 우주에 사랑이 가득합니다. 별입니다.
별을 품고 사는 부부입니다. 아름답습니다.
'독자 추천 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눈물 - 독자 추천 작품 (12) | 2023.08.25 |
---|---|
내가 시를 쓰는 까닭은 - 독자 추천 작품 (7) | 2023.08.24 |
계절 신호등 (4) | 2023.08.10 |
한 점 마음에 인생을 걸다 (5) | 2023.08.05 |
팔랑귀 (4) | 2023.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