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작은 돌부리에 넘어지고

野塔 방우달 시인 2020. 7. 11. 15:17

작은 돌부리에 넘어지고

 

애막골 등산로는 배낭 매지 않고
스틱 짚지 않고 걸을 수 있지만
나는 늘 등산장비로 완전무장을 하고 걷는다
처음엔 사람들이 그런 나를 쳐다보고
이상 야릇한 비웃음 날리더니
차츰 나를 따라 등산 장비를 갖추고 걷는다
평범한 산책로이지만
큰 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걷는 이유는
작은 돌부리에 넘어지고
잔 나무뿌리에 곤두박질하기 때문이다
산을 보라, 세상을 보라, 지난 삶을 돌아보라
이치는 어디든지 한결 같으니
돌다리도 두둘겨 가며 걷지 않았느냐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끼지 않았느냐
나는 애막골 등산로를 걸으면서
설악산 대청봉 오르듯 완전무장을 하고
날마다 걸어 낯익은 길에서
낯선 길을 날마다 걷는 새로운 일상을 즐긴다


- 방우달의 《교과서에 없는 처세학(블로그)》 중에서 -

똑똑한 사람이 오히려 더 큰 바보짓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작은 돌부리에 잔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곤두박질하지만 죽지는 않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큰 산이나 바위, 나무에 걸려
치명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것들을
하찮은 돌부리나 잔뿌리로 보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똑똑한 사람들, 특히 높은 사람들의 편향된 이념,
인식, 처신에 대한 반성, 자아성찰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야산을 걸을 때도 완전무장이 자신을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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