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병아리
방우달(시인)
피투성이 알 낳아준 엄마가 누군지 모른다
엄마의 남편이 누군지 모른다
형제들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나를 품어주고 세상 열어준
엄마가 누군지 모른다
나는 모든 엄마를 잃어버렸다
엄마 아빠가 나를 버렸는지
내가 스스로 가출을 했는지
기억도 전혀 없다
이제 와서 부모를 찾을 수도 없다
물리적으로 이 나라 모든 암탉과 수탉의 깃털
유전자 검사도 불가능하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금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보장도 없다
엄마 아빠가 그리울 때 나는 땅을 깊이 판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가끔 눈이 빠지도록 하늘을 쳐다보기도 한다
대책 없는 깊은 절망과 두꺼운 먹구름 덮혔다
조류독감 살충제 파동도 내 잘못은 아니지만
살처분은 참으로 두렵고 끔찍하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양계장 독방 닭과는 다르므로
토종닭이 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