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17. 9. 9. 02:33




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방우달(시인)


가을에는

물든다고 아파하지 마라

아픔 없이 익지 않고 아름답지 않노라

가을에는

떨어진다고 슬퍼하지 마라

떨어짐 없이 살아남은 것 없노라

가을에는

여기까지 이끌어 준 모든 것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라

빛이든지 어둠이든지

바람이든지 구름이든지

비든지 눈이든지

인연 없이 그냥 온 것은 하나도 없노라

받은 모든 것엔 희생이 들었으므로

여태 무심코 살아왔던

작은 은혜라도 보은하는데 집중하라

가을에는

더 늦기 전에 아낌 없이 포옹하고

아쉬움 자리에 고마움 가득 채우고 

지나간 모든 일은 사랑이었음을 깨달아라





'미발표 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팔꽃  (0) 2017.09.13
홀로 함께  (0) 2017.09.12
4인용 식탁 2017  (0) 2017.08.29
타향  (0) 2017.08.27
해오라비 난초  (0) 2017.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