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방우달(시인)
가을에는
물든다고 아파하지 마라
아픔 없이 익지 않고 아름답지 않노라
가을에는
떨어진다고 슬퍼하지 마라
떨어짐 없이 살아남은 것 없노라
가을에는
여기까지 이끌어 준 모든 것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라
빛이든지 어둠이든지
바람이든지 구름이든지
비든지 눈이든지
인연 없이 그냥 온 것은 하나도 없노라
받은 모든 것엔 희생이 들었으므로
여태 무심코 살아왔던
작은 은혜라도 보은하는데 집중하라
가을에는
더 늦기 전에 아낌 없이 포옹하고
아쉬움 자리에 고마움 가득 채우고
지나간 모든 일은 사랑이었음을 깨달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