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락三樂
방우달(시인)
요즈음 즐거운 일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경제도 잘 돌아가지 않고
지구촌 어느 곳엔 전쟁 중이고
남북관계도 불안하기 때문이란다
맞는 말일지 모르나 즐거움은 찾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즐거움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안기는 법이다
일찍이 맹자님은
'군자는 삼락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양친이 살아 계시고 형제들이 탈없이 지내는 것,
쳐다보아서 하늘한테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에게 수치될 것이 없는 것,
천하의 수재들을 모아 가르쳐 주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 삼락은
군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누리기 힘든 즐거움이다
또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인생관과 세계관이 다르므로
즐거움의 종류나 느낌의 정도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즐거움을 느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편이다
즉 일일 삼락이상을 찾아 나선다
일락은 독서다
이 즐거움은 누구나 노력하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하루에 몇 쪽이라도 읽는다
읽는 즐거움이 나는 무엇보다 크다
이락은 시간적으로나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출퇴근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출퇴근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무엇이나 즐긴다
즉 천천히 십여분 걸어서 전철을 타고
쫓기지 않고 차속에서 책을 읽고
내려서 십여분 걸어서 사무실에 닿는다
운전하지 않으니 정체로 인한 짜증도 없고
몰염치한 운전자를 만나지 않으니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걸으니 운동도 되고 사색도 되며
오가는 길에 아파트 뒤쪽에 난 오솔길이나
주택가에 핀 꽃들도 만나서 눈대화를 나눈다
퇴근길에는 조금 더 둘러서
볼 것 보고 느낄 것 느끼며 온다, 그러다
시장해지면 호떡이나
오뎅 떡뽂이 닭꼬치들을 한두개 사먹는 재미도 있다
삼락은 술을 한잔하는 것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것이다
골고루 안주를 맛보고 그 분위기도 즐기는 것이다
나의 삼락은 날마다 바뀐다
즉 하루에 세가지 이상 즐거움을 맛보면 되는 것이다
즉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것도 큰 즐거움이고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일찍 퇴근하여 전가족이 함께 저녁상을 마주 하고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산행을 한다거나 조깅을 한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무엇이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살아 있어서 할 수 있는
모든 좋은 일은 참으로 즐거움일 수 있다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즐거움은 큰 일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작은 일 하찮은 일에서도
얼마든지 즐거움이 있고 그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즐거움을 찾고 그것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마음의 문제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면 많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많이 즐거움을 느끼다 보면 쉽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즐거움과 그 마음은 서로 상승작용을 한다
인생이 즐겁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고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다
즐거움의 질이나 정도는 다르겠지만
즐거움은 공기처럼 어디에든지 있다
즐거움을 스스로 만들어 가며 사는 것도
따분한 우리네 삶의 향기로운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방우달 지음
<작은 숲 큰 행복>(도서출판 여름. 2005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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