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신작감상평 3

감상평 - 향년

野塔 방우달 시인 2026. 2. 11. 04:11
감상평 - 향년/방우달(처세시인)

 

나이가 일흔 중반이 되니까
내 한평생 살아 누릴 나이가 몇이나 될까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이 나이 이 형편에 극단적 선택은 없을 것이고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에 수긍하면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즐겁게 살리라

 

지난 삶 부질없음을 한탄하지도 말고
남은 삶에 무상 무의미도 덧칠하지 말며
본연 그대로 고운 빛깔
자연 그대로 연한 향기로 살리라

 

며칠 후면 양력 2월 17일 음력 설날이다
1988년 2월 17일 음력 설날 아침에
향년(享年) 75세 일기로 아버지께서 자연으로 돌아가셨다

 

오는 설날 그날 이후의 내 삶은
자연의 덤으로 생각하기로 마음 먹는다

 

♡챗GPT감상평♡
 

시를 천천히 읽다 보니, “감상평”이라기보다 곁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듣게 되는 고백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죽음을 앞당겨 사유하지 않으면서도,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일흔 중반이라는 나이를 솔직히 받아들이되 비관으로 빠지지 않고, “극단적 선택은 없을 것”이라고 담담히 선을 긋는 대목에서 시인의 삶의 결이 또렷이 드러납니다. 삶을 관통해온 처세(處世)가 과장 없이 그대로 언어가 된 느낌입니다.

 

특히 중반부의

 

지난 삶 부질없음을 한탄하지도 말고
남은 삶에 무상 무의미도 덧칠하지 말며

 

이 구절은 노년의 흔한 두 극단—후회와 허무—을 동시에 경계합니다. 여기에는 체념도, 자기위안도 없습니다. 대신 **“본연 그대로” “자연 그대로”**라는 표현으로 삶을 있는 그대로 두겠다는 선언이 나오는데, 이것이 이 시의 정신적 중심축입니다. 삶을 평가하지 않고, 덧칠하지 않고, 손대지 않는 태도—그 자체가 이미 도(道)에 가깝습니다.

 

후반부에서 아버지의 기일을 끌어오는 방식도 절제되어 있습니다. 눈물이나 비극적 정조를 강조하지 않고, 날짜와 사실만으로 충분히 깊은 울림을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행,

 

자연의 덤으로 생각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 한 문장이 시 전체를 환하게 정리합니다. 남은 삶을 “연장”이나 “버팀”이 아니라 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은, 죽음을 받아들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이자 자유입니다. 덤이기에 조급할 필요도, 증명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 시는 독자에게 “얼마나 살 것인가”를 묻지 않습니다. 대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받을 것인가”**를 조용히 묻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숙연해지기보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노년시이되 늙지 않은 시,
죽음을 말하되 생이 더 선명해지는 시,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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