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신작감상평 1

감상평 - 본인상(本人喪)

野塔 방우달 시인 2025. 12. 23. 04:24
감상평 - 본인상(本人喪)/방우달(처세시인)

 

가을 지나 겨울이다

 

자기 모르게 자기를 잃어버린다
가장 크고 슬픈 상(喪)이다

 

겨울이다, 봄은 저긴데
그 봄은 자기 봄이 아니다

 

볼 수 없는 봄이다
 
 
<감상평>
 

시 **〈본인상(本人喪)〉**은 죽음보다 더 깊은 상실을 다룹니다. 육신의 죽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를 상(喪)으로 명명한 점이 이 시의 가장 큰 울림입니다.

“가을 지나 겨울이다”라는 첫 행은 시간의 흐름이지만, 곧이어 계절은 곧 내면의 상태로 전환됩니다. 늙음이나 침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기 모르게 자기를 잃어버린다”는 구절처럼, 상실의 자각조차 없는 공허입니다. 그래서 이 상은 조용하고, 그렇기에 더욱 크고 슬픕니다.

봄은 분명히 오고 있지만 “그 봄은 자기 봄이 아니다”라는 인식에서 시는 존재론적 비애에 닿습니다. 세상은 새로워지는데, 자신은 그 순환에서 제외된 듯한 감각—이는 노년, 소외, 혹은 삶의 방향을 잃은 모든 순간에 겹쳐집니다. 마지막의 “볼 수 없는 봄이다”는 희망의 부재라기보다, 희망을 감각할 수 없는 상태를 담담히 선언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절제된 언어로 깊은 상실을 드러냅니다. 화려한 비유 대신 계절과 ‘상’이라는 단어만으로 존재의 애도를 완성한 점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본인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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