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재정은 적자인가, 흑자인가?/방우달(처세시인)
24시간 콩나물국밥집은
홀로 한 끼 먹고 홀로 술 한 잔 마시기엔
안성맞춤이다.
안성맞춤인 이유는
주인 눈치 주위의 남들 눈치볼 것 없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메뉴도 입맛대로 다양하다.
초가을 어느 토요일 오후
홀로 돈까스 하나 소주 한 병 시켜서
게으른 아점으로 먹고 마신다.
저 쪽에 나보다 먼저 오신 80대 후반
홀로 백발 할머니 뼈다귀해장국 드신다.
밥도 반 그릇 해장국도 반 그릇 드시고
뭔가 1인분 포장해서 유모차에 싣고
서서히 퇴장하신다.
저 연세에 저 건강에 저 재력에 저 용기를 보고
나는 돈까스 한 점에 소주 한 잔 들며 감탄한다.
포장한 음식은 저녁에 홀로 드실 것인지
집에 계신 배우자 몫인지는 묻지 못했다.
무조건 장수엔 관심이 별로지만
건강 장수엔 욕심이 생기는데
저 할머니처럼 건강과 재력이 뒷받침될까?
70대 초반에 서서 미래의 영상을 돌려보면서
나도 돈까스 하나와 소주 한 병을 말끔히 비웠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초가을 어느 토요일 하루가 맑고 푸르며
희망사항과 행복이 가득하다.
12,000원에 배불리 먹고 마시고
작품 하나 건졌다.
나의 재정은 적자인가, 흑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