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돌아보니 부끄러움이었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12. 13. 22:14

** 돌아보니 부끄러움이었다 **/방우달(처세시인)
ㅡ 원제: '참회의 시간을 보내며'

ㅡ 방우달의 <어느새> 중에서

                                                                 

아직까지 나는 종교가 없다
유신론자냐 무신론자냐
그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어떤 종교를 믿을 만큼
확신이 강한 것도 아니고
종교를 가질 만큼
의지가 약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종교에 절실하지 않다

퇴직 후에 자아찾기에 들면서
첫 번째로 불어닥친 세찬 바람은
부끄러움이었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유혹에 빠져 사과를 먹은 후
부끄러움을 처음 안 것처럼
옷으로 가리지 않았던 것이
부끄러웠듯이
부끄러움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조차
모두 부끄러움으로 몰아쳐 온 것이다

60년 생을 두고 5개월 동안 돌이켜보니
거의 모든 생각과 행위가 부끄러움이었다
말과 글들, 교만, 태만, 불의, 비도덕과 비윤리,
자기방어, 욕심, 약육강식의 논리, 출세지향,
황금만능, 생존방식, 증오...등

앞으로 남은 생은 부끄럽지 않은 삶
자기 자신도 속이지 않는 삶
떳떳한 삶을 무엇보다 우선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제는 실천하는 일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