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표 신작

터널

野塔 방우달 시인 2015. 1. 31. 08:00

터널

 

방우달(시인)

 

은퇴생활의 새로운 터전 내 아파트는

유럽형이라 길다랗게 늘어진 남향집인데

복도는 낮이라도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둡다

최근에 말문을 조금 튼 세살배기 손자가

어느 날 한 달만에 외갓집에 와서는

"아, 터널이다!" 라고 뛰어가며 외친다

외손자의 그 한 마디에

그 아이의 외갓집은 긴 터널까지 지닌

부잣집의 반열에 올려져서

나는 비로소 기분이 묘한 벼락부자가 된다 

손자는 인생터널도 외갓집에 오듯 맞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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