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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용품 스틱

野塔 방우달 시인 2023. 8. 7. 08:49
호신용품 스틱/방우달(처세시인)
 
몇 년전부터 홀로 산책할 때 나는
등산용 스틱을 하나 갖고 다닌다.
방견이나 멧돼지 등 짐승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인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나는 아직 팔다리는 멀쩡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꼭 스틱을 지참한다.
어떤 이는 그런 나를 보고 하늘이 무너질까봐
어떻게 외출하느냐고 힐난한다.
사고난 후 누구를 원망해도 이미 늦다.
각자도생이 상책이다.
 
춘천 변두리 야산이나 강가 호숫가는
짐승으로부터 위험할 때가 있다.
야간 산책 때는 철없는 청소년도 조심해야 한다.
뒷골목에서 담배 피는 청소년에게 한 마디 하다가
식물 인간이 된 한 노인도 있었다.
 
도심에서는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으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짐승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이다.
문제는 궁극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호신용품 구매가 급증하고 있단다.
번화한 길거리나 시설물에서도 자체 경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보다 먼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스프레이 가스총 삼단봉 방검복 등
개인 호신용품이 많이 팔린단다.
 
이런 일들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른다.
나는 짐승들이 무서워서, 대도시인은
사람들이 겁나서 호신용품을 소지한다.
어제 밤에도 스틱을 들고 만보를 걸었다.
언제 하늘이 무너질지 모른다.
각자도생이 살 길이다.
매우 슬프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