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달빛 밟기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3. 8. 16:37

달빛 밟기/방우달(처세시인)

* 방우달 시집 <<전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아니되옵니다>> 중에서

 

나직히 무슨 소리 들린다
허드레 물품 꽉 채운 베란다 창고를
비워 만든 내 거창한 집필실엔
창백한 달빛이
소리없이 쌓이고 쌓이는
고요히 깊은 밤인데

부풀어오르는 겨울의 끝에 서서
시린 발끝에 신열을 모두어
파란 보리를 밟듯이

달빛을 파랗게
다지라는 소리로 들려
터무니없이
높이 솟은 고소공포증과
부풀어오른 고독을
깊은 밤 달빛 밟기로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