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울어도 어울리는 계절

野塔 방우달 시인 2021. 8. 17. 04:35

울어도 어울리는 계절

 

술을 많이 마시면
사철 어느 때든지 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을에는
술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울 수 있습니다.
가을이 슬퍼서가 아닙니다.
가을은 나를
인간으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울면서 태어나
울면서 돌아갈 운명입니다.
눈물이 없으면 인간이 아닙니다.
가을은 인간을 울게 하는 계절입니다.
가을은 울어도
수치스럽지 않은 계절입니다.
겨울에 울면 가련해 보입니다.
여름에 울면 어색해 보입니다.
가을은 울기에 가장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뺨을 맞아도 괜찮은 계절입니다.


- 방우달의 《행복 방정식, 시로 풀다》 중에서 -

한여름의 폭염을 떠밀며
서서히 가을이 다가 옵니다.
한편으로는 풍성한 결실의 뒷편에
정말 쓸쓸한 삶의 그림자를 몰고 옵니다.
마음이 허전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마음 놓고
진솔하게 큰 소리로 울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홀로 한없이 울고 나면 가을을 닮은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자아 성찰의 시간입니다.
반성과 위로, 힐링의 시간입니다.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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