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작품

설명할 게 없다

野塔 방우달 시인 2015. 8. 19. 08:00

설명할 게 없다

오십 년 전에
이 골짝만 구경하고 여기에 묻힌
이 낮은 무덤과
오 년 전에
전 세계를 두루 다니고 이 곳에 묻힌
저 높고 화려한 무덤이 나란히 살고 있다.
세월이 훑고 간
흙의 높낮이가 말을 할 뿐
달리 설명할 게 없다.

흙은 모든 것을 덮는 모신母神이다.

- 방우달의 《테헤란로의 이슬》 중에서 -

가끔 산행을 할 때면 무덤을 꼭 살펴 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덤 앞에서 겸손해지기 위해서입니다.
속도의 시대, 무한 경쟁 시대 속의 바쁜 일상에서는
나의 본래의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남, 경치, 건강, 정상, 하산, 풀, 나무, 꽃, 새 등
산행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아낌없이 줍니다.
'한 줌 흙'의 의미는 정상을 향하여 정신 없이 오를 때에도
"그 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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